1988년 겨울, 일본의 두 번째 동계 올림픽인 나가노 올림픽이 개최되었습니다.

제가 브라비스를 설립하기 전에 근무했던 랜도 어소시에이츠가 나가노 올림픽의 엠블럼 개발을 수주하여, 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나가노 올림픽에 관련된 디자인 전반의 디렉션을 담당했습니다. 엠블럼의 개발은 도쿄 지사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진행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파리, 홍콩을 포함한 6곳의 오피스에서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모든 오피스에 직접 방문하여 디자이너에게 브리핑을 했습니다.

그리고 개발된 디자인 시안을 도쿄로 모아, 수많은 디자인안 중 최종 6안으로 좁혀, 나가노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JOC에 직접 프레젠테이션 했습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스노우 플라워’가 엠블럼으로 결정되었고, 나가노 올림픽에서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엠블럼으로서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IOC 국제 올림픽 위원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 스위스의 로잔에서 사마란치 IOC 회장을 비롯한 쟁쟁한 인사들을 앞에 두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여 무사히 승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마란치 회장과 악수했을 때, 손의 감촉이 대단히 부드러웠다는 것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나가노 올림픽 때에는 엠블럼뿐만 아니라 마스코트 캐릭터 디자인도 동일하게 세계 6개국의 오피스에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마스코트 캐릭터는 프랑스인 디자이너가 개발한 4마리의 올빼미 ‘스노우 렛츠’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저는 도쿄 2020 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엠블럼 선정위원회의 한 명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엠블럼을 위한 공모전에 전국에서 1만 5천여 점의 응모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꼬박 3일에 걸쳐 훑어보는 작업은 대단히 힘들었지만, 야구인 왕정치씨나 전 테니스선수 스기야마 아이씨 등 각계를 대표하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올림픽 엠블럼에 관여하는 일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 기회입니다. 그러한 의미로도 나가노와 도쿄, 두 번의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